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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계절마다 다른 색을 품고 있지만, 5월의 서귀포는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특별한 감성이 흐르는 시기입니다. 유채꽃이 남은 들녘 사이로 수국이 피어나기 시작하면서, 노란색과 보라색, 파란색의 색채 향연이 펼쳐집니다. 이 계절의 서귀포는 단지 꽃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계절 사이를 걷는 듯한 기분을 주는 특별한 시간이 됩니다. 자연이 준비한 컬러 팔레트 속을 천천히 산책해 보세요.



1. 봄의 끝자락, 유채꽃의 마지막 물결
유채꽃은 제주도의 봄을 대표하는 꽃입니다. 대부분 4월이 절정이지만, 서귀포 남부지역에서는 5월 초까지도 유채꽃을 만날 수 있는 들판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남원읍과 표선면 인근의 해안도로, 섶섬 전망대 주변 들판은 관광객이 덜 몰려 있어 오히려 더 조용하게 꽃을 감상할 수 있는 숨은 포인트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유채꽃은 그 자체로 시원한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완성하며,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노란색 물결은 도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5월의 유채꽃은 더 이상 ‘축제용 꽃밭’이 아니라, 진짜 제주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며 더 깊은 감성을 담아줍니다. 이 시기의 유채는 진한 녹색 잎과 어우러져 ‘노랑과 초록’의 조화가 더 짙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2. 수국의 시작, 서귀포에 피어나는 여름의 향기
5월 중순이 지나면서 서귀포의 일부 마을길과 오름 기슭에서는 수국이 서서히 고개를 내밀기 시작합니다. 수국은 일반적으로 6월이 절정이지만, 서귀포의 따뜻한 기후 덕분에 빠르면 5월 셋째 주부터 개화가 시작되죠. 수국은 단순히 예쁜 꽃을 넘어 그 자체로 분위기를 바꾸는 힘을 가졌습니다.
보라색, 파란색, 흰색이 엷게 섞인 수국꽃은 안개와 이슬, 제주 바람과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 배경처럼 서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대표적인 명소는 천지연폭포 진입로, 중문관광단지 인근 수국길, 그리고 카멜리아힐 내 산책로입니다.
특히 카멜리아힐에서는 초여름 수국축제가 열리기도 하며, 다양한 품종의 수국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어 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장소가 됩니다.



3. 색의 조화를 따라 걷는 감성 산책 코스
서귀포는 단순한 꽃의 도시가 아닙니다. 꽃이 피어나는 ‘길’을 중심으로 감성을 이끌어주는 도시죠. 유채꽃과 수국이 함께 피기 시작하는 5월 후반, 남원읍에서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 정방폭포를 지나 외돌개 방향으로 이어지는 탐방로에서는 봄의 끝과 여름의 시작을 동시에 만날 수 있습니다.
꽃은 절정이 아니지만, 그 전과 후가 함께 교차하는 이 시기는 ‘완벽하지 않아서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해질 무렵 산책로 위에서 꽃을 바라보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석양빛이 꽃에 반사되어 온몸으로 계절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대는 현지인들도 가장 좋아하는 시간으로, ‘잠시 앉아만 있어도 좋은’ 순간이 주어지는 코스입니다. 자연은 항상 절정이 아닌 순간에서 더 잔잔한 울림을 전하죠.
4. 여행자의 쉼표, 꽃 속에서 만나는 여유
제주도 여행은 때때로 너무 바쁩니다. 일정에 쫓기고, 핫플을 찍고, 인증을 남기느라 진짜 풍경을 놓치기 쉽죠. 하지만 서귀포의 5월은 그런 여행의 흐름에 ‘쉼표’를 제공합니다.
수국길 주변의 카페, 유채꽃 밭이 보이는 작은 전망대, 오름을 오르다 만나는 그늘 아래에서는 굳이 사진을 찍지 않아도 좋은 시간이 흐릅니다. 꽃을 보기 위해 찾은 장소에서 ‘그저 머물기만 해도 충분한’ 감각을 주는 것, 그것이 5월 서귀포의 진짜 매력입니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자연의 속도에 자신을 맡기게 되며, 그 느림 속에서 오히려 마음 깊은 곳의 감각이 깨어나게 됩니다. 수국과 유채 사이, 바람이 머무는 제주. 진짜 힐링은 그렇게, 조용히 스며듭니다.
5. 위치, 교통편, 꽃길을 따라가는 방법
서귀포의 유채꽃 & 수국길은 특정 한 곳이 아니라, 지역 전반에 걸쳐 점처럼 퍼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유채 명소는 서귀포 남원읍 위미리 해안도로, 섶섬 전망대 주변입니다. 수국은 중문관광단지, 카멜리아힐, 천지연폭포 인근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제주공항에서 서귀포까지는 자가용 기준 약 1시간 소요되며, 대중교통은 600번 공항리무진 또는 181번 일반버스를 이용하면 중문, 정방폭포, 남원 등 주요 지점까지 편리하게 이동 가능합니다. 꽃길은 도보 산책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주요 탐방로에는 쉼터, 포토존, 간이매점이 있어 여행 중에도 무리 없이 둘러볼 수 있습니다.
방문은 오전 9시~11시 또는 해질 무렵이 가장 좋으며, 카멜리아힐과 같은 사설 정원은 입장료가 있으나 그만한 가치가 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5월의 서귀포는 한 계절의 끝과 다른 계절의 시작이 교차하는 찰나의 예술입니다. 유채꽃의 잔상과 수국의 여운이 공존하는 길 위에서, 당신은 봄의 마지막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게 될 것입니다.